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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투병일지#104] 반신불수되어 중환자실로 격리...초라함과 실망감에 좌절감 느껴

건강 되찾기/내가 겪은 뇌경색

by 레드바분 2021. 5. 7.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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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로 옮긴 나는 가족들과 더 이상 볼 수 없게 격리되었다.

면회는 하루에 두 번, 각 30분간 실시되고 각 면회시간 동안 2명 밖에 입장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함께 아파하고 걱정해 주는 가족들이 있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살아온 인생과 반신불수가 된 지금의 모습,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멍하니 생각했다.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강사라고 아이들 앞에 설 것이며, 어떻게 모임의 회장이라고 사람들을 만날 것인가? 걷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일을 해나갈 것이며, 내가 좋아하는 축구와 운동을 못하면 이제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리고는 어찌나 피곤한지 잠에 취한 것처럼 잠을 잤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돌이켜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내 신세가 처량했다.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지금이 내 인생의 전성기라 해도 될 것 같았는데... 해야 될 일은 산더미 같은데 수족을 못쓰고 병원에 누워있다니.


노환으로 병든 어머니를 6년 정도 모셔왔는데 앞으로는 이런 몸이 되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머릿 속이 초라함과 실망감으로 꽉차 있었고 앞으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간호원과 대화를 할 때 턱이 맞지않고 혀가 굳었는지 말이 되질 않았다. 얼버무리며 다음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망설이면 간호원이 묻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잠을 깼다. 그런데 소변을 참지 못하겠다. 처음엔 수액을 많이 맞으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갈수록 그 증세가 심각해 졌다. 소변을 보겠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 참지 못하는 것이다. 한 번 두 번을 참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하루에도 무려 수십 번을 참지 못했다.

이건!... 완전히 몸이 병신이 된 것 같았다.

간호원이 소변을 볼 때 오줌통을 갖다 주고 커튼을 쳐 주었다. 오른손으로 오줌통을 받으려 하니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

결국 바닥에 오줌통을 쏟았다. 간호사가 와서 치워 주었다.

그 다음부터는 왼손으로 해야 했다. 옷을 내리고 소변을 보아야 하는데 한 손으로 옷을 내리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제서야 나는 나의 오른손이 심하게 굽어서 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새벽이 되었다. 바로 옆에 있는 중환자가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숨쉬고 있었는데 숨을 거두었다.

건너편에 있는 환자도 목숨이 경각에 달한 것 같다..


의료진이 단체로 모여서 무언가를 하더니 새벽시간인데 아들과 동생인가 들어와서 운다. 돌아가신 분은 엄마인 것 같았다. 엄마 눈 좀 떠보라고 하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린다.

관련 없음


또 소변이 문제다. 참을수 없는것이 고통 이다.
한 손으로 커텐을 치니까 다쳐지지는 않는데 그걸 보고 간호사가 와서 쳐준다.

너무 자주 소변을 보니 소변기를 두고 간다. 나중에는 여러번 소변을 보고 소변기를 채워서 주는데도 1시간마다 1번씩 소변기를 바꿔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마 성기도 절반이 마비 된 것 같았다. 완전히 배뇨기능을 상실해 버린 것 같다.

문제는 간호사들에게는 성희롱으로 오해받을까봐 이런 어려운 점이 있어도 얘기조차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환자실에는 환자가 신는 슬리퍼가 없었다. 중환자들만 있으니까 그런가보다. 몸 상태가 위험하니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니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대변이 문제다. 세끼를 식사했는데 큰 문제로 다가왔다. 의료진이 바쁜 줄 알기 때문에 대변문제를 차마 얘기를 못 하고 참았다가 상황을 보고 겨우 대변을 이야기 하였는데 휠체어는 있고 슬리퍼가 없어 찾느라 부산이다.

신발을 끼우고 한 발짝을 내디뎠는데 오른쪽으로 휙 하고 넘어졌다.

반대편 신발을 끼우지 못하고 걸치듯이 신고 또 반대쪽으로 넘어졌다. 하반신도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휠체어에 태워져서 화장실에 갔다. 거기에서 대변을 보는데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는다. 왼손으로 닦으니까 처음 하는 것이라 그런지 감각이 무디다.
오른손은 말을 듣지 않는다. 오른쪽 허리도 마비가 되었는지 몸을 굽힐수가 없었다.

옳게 닦는 것도 아니고 대변 보는 것이 땀이 다 날 지경이다. 힘겹게 볼일 본 후에 휠체어에 실려서 제자리로 돌아왔다.



산다는 것. 인생이 잠시 정지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복잡하고 힘들게 바쁘게 살아온 모든 것이 무상하게 느껴졌다.

지옥같은 시간이 지났다. 이틀인가 지닌고 3일째가 되었다.

의사 선생님이 오셨다.
다행히 혈압은 떨어지고 피 검사 등에서도 약간의 호전반응을 보이기도 한다고 하시면서 이야기를 알아듣겠냐고 하셨다.

그리고는 의사선생님께서 입을 벌리고 "응--"이라고 해 보라고 하셔서 시키는 대로 했더니 상하 치아의 부합 정도를 보는 것 같았다.

의사 선생님은 다행히 '입이 돌아간 것이 조금은 좋아졌다'며 이제 입원실로 입실하라고 하셨다.


(#105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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