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은 내가 다치고 난 이후 가장 시급하면서도 최우선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뇌경색에 걸린 환자들은 대체로 보행이 자유롭지 못하다.
측면으로 몸이 기울어 남이 보기에도 온전치 못하니 뇌경색 환자임을 쉽게 드러 낸다.
마비된 다리는 신축성이 없어 한쪽이 더 짧은 것처럼 느껴지게 되고 양쪽 다리의 보행속도면에서 차이가 나고 다리나 발의 관절을 굽히는 정도에서도 차이가 난다.
신체적인 제한 요소때문에 환자 스스로가 쉽게 교정이 되지 않을 것임을 느끼게 되고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신체적 장애요소인 것으로 여기게 된다.
그러므로 환자는 다른 장애 요소보다 가장 먼저 보행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보행이 자유로운 것은 우선 몸의 균형이 바로 잡혀 있다는 것이고 정상적인 보행을 해야 자존감이 바로 서기 때문이다.
처음엔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것이 힘들어 링거대에 기대어 걷는 것이 전부 다였다.
나는 병상에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아침식사만 하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복도, 휴게실을 다니고 화장실을 다니고 끊임없이 돌아다녔다.
피곤하면 자고 일어나면 다시 걷고...
재활 시간 2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계속 걸어 다녔다.
1주일 쯤 되자 차도가 없을 것 같은 보행에서 차츰 걷는 것의 기울기가 나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저녁 9시가 되어 하나 둘씩 환자실의 불빛이 꺼지고 모든 환자들이 잠들고 난 뒤에도 나는 휴게실에서 간호실 사이를 3시간을 더 왕복하며 계속 비틀거리면서 걸었다.
12시가 넘어 순찰 도는 경비 아저씨가 휴게실의 전원을 차단한 순간에도 나는 걸었다.
링거대없이 걸을 수 있게 되자 속도는 조금 빨라지게 되었으나 한쪽 다리가 원래 짧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절뚝 절뚝 걸을 수밖에 없었다.
또 일자로 선을 그었을 때 선을 맞추어 걷지 못 하고 휘청거리며 걸을 수밖에 없었다.
가벼운 물건을 들고도 중심을 잡고 가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을 때 무한한 <보행>의 기쁨과 함께 찾아온 것은 바로 <자존심의 회복>이었다.
아! 다시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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