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Y대에 재직 중인 한 여교수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Y대가 강간을 덮으려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지방에 있는 대학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권력으로 덮어버리는 일을 고발하고자 한다”고 청원을 올린 까닭을 밝혔다.
A 교수는 “같은 센터에 근무하던 B 교수에게 강간을 당했다”며 “여자로서 세상에 나 강간당했다고 말하는 것은 죽기보다 수치스러운 일입니다만 용기를 내서 제 실명을 밝히고 공개한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A 교수는 “여자 교수로서 동료 교수에게 강간을 당해도 Y대는 덮기에 급급하다”며, “얼마 전까지 부총장이었던 C 교수가 같은 센터를 감독하고 있기에 B 교수에게 강간을 당하였다고 분리조치를 해달라고 호소했으나, 저에게 돌아온 말은 ‘시끄럽게 하려면 나가라’는 것이었다. 그 후로는 오히려 저를 내쫓으려고 보직을 없애고 회의에 부르지 않는 등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참다 참다 저는 동료 교수를 강간한 B 교수를 강간죄로 고소하고, Y대 부총장이었던 C 교수를 고소했다”고도 했다.
청원자는 “동료 여교수마저 강간한 교수이면 학생들은 얼마나 위험할까 하여 Y대 양성평등센터에 신고하고 학생들과의 분리조치를 요청했으나, Y대는 거창하게 성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뭔가 하는 척만 할 뿐이고, 동료 여교수를 강간한 남자 교수에 대해 학생들과의 분리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면서 “이러한 조치가 적절한지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청원은 ‘개인정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경우 일부 내용 숨김 처리할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
현재 A 교수가 올린 청원의 실명, 대학 이름 등은 관리자에 의해 익명으로 처리됐다.
그러나 이 청원은 올린 지 불과 4일 만인 15일 오후 20만7000명을 넘어서는 동의를 얻어 여기에 쏠린 관심을 반영했다.
지난 2월, A 교수는 B 교수를 강간죄, C 교수를 강요죄로 각각 고소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교수는 지난 2019년 6월 B 교수와 함께 회식을 했으며, 회식을 마친 뒤 B 교수가 집에 바래다준다며 집까지 들어와서는 완력으로 자신을 강간했다는 것이다.
당시 A 교수는 교내 한 연구센터의 부센터장으로, B 교수는 센터장을 각각 맡아 연구 활동을 하고 있었다. 강요죄로 고소당한 C 교수도 센터에서 연구에 참여하고 있었다. C 교수는 올해 부총장 보직을 맡아 4월 20일까지 부총장으로 있었다.
A 교수는 B 교수가 최근까지도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는 부총장인 C 교수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오히려 B 교수를 두둔하며 자신을 부센터장에서 직위 해제하고 회의에서도 배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C 교수는 “연구 배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Y대는 이번 사건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이어지는 등 논란이 커지자 당혹해하고 있다.
Y대 측은 “영남대가 덮기에 급급하다”는 A 교수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지난 13일 총장 명의로 “이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동안 어떠한 사실을 덮거나 축소하지 않았다. 수사기관에서 이미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자체 조사를 진행해 왔다”며 “앞으로도 공정하고 철저하게 조사하여 한 점의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Y대는 그동안 경찰의 수사와는 별도로 자체 진상 조사를 벌여왔다. 우선 A 교수가 강요죄로 고소한 C 교수에 대해서는 부총장 직을 면직처리했다.
또 이달 초에는 학교 양성평등위원회를 열어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다. 앞으로 위원회를 몇 차례 더 열어 확실한 진상을 파악할 방침이다.
하지만 A 교수가 요구한 B 교수와 학생과의 분리는 이루어지지 않아 B 교수는 정상적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 측은 “아직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양측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 섣불리 그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A교수가 경찰에 고소하기에 앞서 지난해 9~10월쯤에도 학교 측이 진상조사를 벌이려던 적이 있었다.
당시 A 교수가 학교 측에 ‘성희롱 건’에 해당하는 일이 있다며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학교 측은 “당시 사건의 진상 파악과 해결을 위해 A 교수에게 신원 제공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알렸는데, A 교수가 ‘그러면 신경 쓰지 말고 놔둬라’고 해서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A 교수가 진상 규명 등을 위한 절차를 밟지 않아서 중단된 것이지 학교 측이 사건을 덮으려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고소를 접수한 경찰의 수사는 진행되고 있다. 사건을 맡는 경북 경산경찰서는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아직 정확한 사실 관계 규명이 되지 않아 앞으로도 경찰의 추가 조사가 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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