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시 감상] 해변에 서면 / 이영우

#한국시
 

해변에 서면


이영우



넓다란 광장에 서면 당신이 보고 싶어진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당신과 연인이 되어 걷고싶다


하얀 눈 펑펑 쏟아지는 날에는
당신을 만나고 싶다

하이얀 세상에서
하얀 마음의 당신을 만나고 싶다


비오는 날 창가에 서면
문득 당신이 생각난다

혼자서 빗속을 걸어가던
당신의 모습이 희미한 그림자처럼 떠오른다

높은 산에 올라가서
당신을 크게 불러보고 싶다

넓다란 세상이 한눈에 들어오면
거기에서 제일 먼저
당신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다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에 서고 싶다
아침해가 떠오르는 바닷가에 서고 싶다

그 아름다운 해변에 서면
당신을 보고싶은 마음이
달래어 질지도 모르겠다

두발을 동동 걷고 미친 듯이 달려가며
당신을 사랑한다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싶다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춤추고 싶다


불러도 대답없는 파도여!
한스런 사랑이여!


파도가 잠잠해지고 어두움이 찾아오면
그제서야 조용히
맺지 못할 사랑이라고
울면서 웃는 모습으로 
미소지으며 
잊을지도 모르겠다

출처 '내 가슴 속에 자이툰을 안고 떠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