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백신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하면서 각국이 임상시험 참가자 모집에 무척 어려워하고 있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퇴치에 80대 노인을 비롯, 보건청장 등 고위 공무원, 의사와 직장인 등 임상 자원자들의 용기있는 행동이 눈길을 끈다.
백신은 병원체를 인체에 주입해 면역 체계를 만드는 의약품으로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도 제조 방식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결국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몸에 주입되어야 한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시험단계에서 몸에 넣는 데에는 큰 용기와 결단, 희생이 필요하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160개의 백신 후보가 개발되고 있고, 이 중 23개는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갔다고 한다. 백신 개발사들은 대규모 참가자를 구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최종 임상 3상 단계에 가면 하나의 백신에만 3만명가량의 시험 참가자가 필요하다고 전해진다.
연구중인 백신이 3상을 진행 중인 곳은 영국 옥스퍼드대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 중이고 중국 바이오기업 시노백에서 개발에 착수했다. 중국 제약사 시노팜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발 중이다.
또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이달 27일 3상 시험을 시작한다. 이들 개발사는 자국뿐만 아니라, 백신의 효과를 뚜렷하게 알기 위해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타국에서도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전 인류의 안전을 위해 코로나로부터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바이러스를 넣는 용기를 내준 영웅들은 누굴까?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면 이들은 백신 개발자들과 함께 코로나로부터 인류를 구원한 ‘백신 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다.
중국 시노팜이 UAE에서 3상에 돌입한 백신의 첫 접종자는 셰이크 압둘라 빈 무함마드 알하미드(47) 아부다비 보건청장이다. 그리고 두 번째 시험 대상자는 자말 알카비 보건청 차장이 될 전망이다.
UAE의 대표적인 매체 걸프뉴스 등은 보건 당국의 두 지도자가 접종에 자원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중국 제약사가 백신 개발지로 UAE를 택한 건 확진자(5만6129명)가 많은 편인데다가, 다양한 인종이 살아 전 세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을 시험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의사 루이스 아우구스토 리조(29)씨는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백신의 임상 3상에 자원했는데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러스를 이길 유일한 방법이 백신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자원 이유를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과 브라질, 남아프리카에서 3상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브라질의 상파울루에선 2000명이 시험에 참가했다.
임상시험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약 조건이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없어야 하고, 다른 백신 임상시험과 중복 참여해선 안 된다.
또 백신 접종 후엔 매일 자신의 체온을 기록하고, 상태를 관찰해 ‘일기’를 써야 하며 연구진과 정기적으로 상담도 해야 한다.
임상시험엔 건강한 사람만 필요한 게 아닌데 모든 사람에게 사용해도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선 고령자‧소수인종‧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에 특히 취약한 이들을 시험 대상자로 구하는 건 쉽지 않다.
미국 미시간주에 거주하는 로널드 스콧(82)씨는 25년간 목사로 일하다 은퇴하였는데 최근 백신 임상시험에 자원했다.
백신 투약에 대비해 아침마다 달리기를 하고, 일주일에 세 번은 체육관이 문을 닫기 직전까지 운동한다.
그는 슬하에 5명의 자녀, 7명의 손주, 3명의 증손주를 뒀다. 가족 모두 그의 용기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스콧씨는 미국 매체 디트로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면서 “부작용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설렌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에 거주하는 39세 여성 직장인 케시도 임상시험 자원자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코로나 사태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몰랐는데, 이제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다면, ‘백신 접종 구인난’은 피할 수 없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은 최근 옥스퍼드대가 개발 중인 백신 임상시험에 자원한 이들을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