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생지옥 온다] 암호화폐 거래소 대거 퇴출 위기... 한국은행 드디어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나서
한국은행이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즉 디지털화폐에 대한 모의실험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9월 25일 이후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은행 실명계좌 발급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무더기 퇴출이 예상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200여개나 되는 암호화폐거래소들의 집단 폐쇄가 현실화될 경우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의하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오는 9월24일까지 개정 특정금융정보법, 일명 '특금법'에 따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등의 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몇군데 정도를 빼고 거의 대부분 실명계좌 발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선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등의 계약을 하지 않기로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까지 실명확인 가상계좌 이용계약을 맺은 곳은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4곳뿐이다.
신한은행은 코빗, NH농협은행은 빗썸과 코인원,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실명계좌를 연결해주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등에도 실명계좌 발급을 내주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할 경우 2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거래소들의 집단 폐쇄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는 금융당국을 대신해 거래소의 안정성 등을 평가한 후 발급 여부를 결정하는 책임을 떠안으면서 금융 사고 등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민간 가상화폐는 무정부주의적인 성격을 지닌 것과 달리 CBDC는 중앙은행이 엄격하게 발행·유통을 관리한다.
미국·영국 등 각국 중앙은행은 대부분 CBDC 연구를 진행 중이고 중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범 사용을 시작했다.
일부 전문가는 CBDC가 보편화할 경우 비용 절감과 효율성 등을 내세우는 민간 가상화폐가 무력화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제롬 파월은 최근 “CBDC에 관한 연구를 더 심도 있게 진행하겠다”라고 발표하는 등 각국 중앙은행은 CBDC 도입을 위한 준비 단계에 사실상 착수했다.
한국은행은 하지만 이번 모의실험이 도입을 전제로 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기술반장(유희준)은 “아직 CBDC 도입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한은의 연구는 지급결제 환경이 급격하게 변할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도입을 전제로 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금융업계와 학계에선 9월 특검법 이후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도 있다.
부실한 거래소들을 걸러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건전한 거래소들도 문을 닫으며 업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암호화폐거래소들이 무더기로 문을 닫게되면 자칫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일부 거래소가 폐업할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들에게 신고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2일 "결과적으로 200개의 거래소가 등록이 안 되면 다 폐쇄된다"라며 "본인이 (거래하는) 거래소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갑자기 폐쇄되면 왜 정부가 지금까지 보호를 안 해 줬느냐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24일 “CBDC 모의실험 연구 용역 사업자 선정 공고를 냈다”고 밝히며 “가상공간에 분산원장(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CBDC 모의실험 환경을 구축하고 CBDC 활용성 및 정상 동작 여부를 테스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모의실험을 통해 디지털화폐(CBDC)의 발행·유통·환수 등 기본 기능과 오프라인 결제, 디지털 예술품 구매 등 관련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실험은 한국은행이 CBDC 제조·발행·환수 업무를 담당하고 민간에서 이를 유통하는 방식을 가정해 진행될 것이다.
모의실험은 한국의 민간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후 나아가 다른 국가 시스템과 연동하거나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와의 연계도 실험한다는 계획이다.
출처 조선일보 , 뉴시스